일상

뉴욕시. 반 격리생활의 소소한 이점.

맨해튼라이언 2020. 10. 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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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는 현재 아웃도어 다이닝 제한까지 모두 풀린 단계에 상업적인 면으로는 거의 모든 게 돌아온 상태지만,

세계 최고의 방역 시스템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온 한국인의 눈으로 본다면 아직도 멀었다. 여전히 경계를 늦추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제 누가 더 이상 시키지 않아도 여전히 그냥 100% 자의적으로 영화 <버드박스>의 주인공들처럼 지내는 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더 안전하고 차라리 맘도 편하다.

 

일상이 제한된 삶은 낯설고도 불편하다. 심지어 원래 외출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면서도

버릇처럼 '아, 이 놈의 바이러스 때문에!'하면서 불평하기도 한다. 

긍정의 힘으로 억지로 쥐어짜 보았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상에서 좋은 점을 몇 가지 생각해냈다. 

 

 

 

 

극장에 가서 뮤지컬 본 지 오래다. 정확히는 작년 9월/10월 정도가 마지막이었다. 뮤지컬 프로즌. (렛잇고!)

(작년 11월-2월에는 한국에 있었고 전나영 배우님이 나오는 아이다를 5번 봤지만, 이건 그냥 제외시킨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모두 폐쇄되었고 내년 1월에 재오픈한다는 소식도 크게 희망적이지 않다.

사실 어느 순간 브로드웨이 극장을 가는 건 귀찮아진 지 오래다. 특히 밤 공연은 더더욱.

관광객들이 몰리는 브로드웨이는 일명 모든 "관크(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는 여러 행위들)"가 종합 선물세트처럼 넘치는 곳이다.

한국 공연장에서처럼 조용히,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고 극도로 노력하는 분위기는 여기에 없다. 

아무리 익숙해졌다지만 혈압 오르는 일은 다반사니까 극장에 가지 않는 것 자체로도 큰 스트레스가 사라진 셈이다.

1) (나 진짜 남들한테 너그럽고 털털한 사람인데...) 그래도 거의 100% 생길 수밖에 없는 관크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었다. 

2) 돈!! 관람으로 생기는 지출이 많이 굳었다. 나한테 지금 뮤지컬 보는 건 그냥 사치다. 

 

올해 초에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예약했었던 브로드웨이 연극을 예약했었다. 아미 해머가 출연하는 작품인데, 관람 바로 전날이었던가... 그냥 모든 브로드웨이 쇼를 당장 폐쇄한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몹시 당황!!)

 

 

 

운동하는 곳들도 이미 다 재오픈을 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다시는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지 않을 생각이다.

1) 그동안 무신경하게 대했던 청결과 안전 유지! 코로나 19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다시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물건에 손대고 싶지 않다. (대신 락다운 초기에 일찌감치 로잉머신을 하나 구입했다. 게다가 의지만 있다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도 널리고 널렸으며, 유산소 정도는 센트럴파크나 허드슨 강을 따라 달리는 것으로 대체한 지 오래다.)

2) 집에서 운동하는 곳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속 있게 꾸준히 운동하게 됐다. (운동하는 곳까지 가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운동하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운동하러 가서도 찔끔찔끔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순전히 내 얘기.) 집에서 운동을 하려니 그냥 맘만 먹으면 바로 소파 앞이 피트니스 센터다. 아무리 귀찮아도 하루에 푸시업 100-200개는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착실하게 했더니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가슴은 점점 너무 커진다...) 

3) 돈!! 매달 지출하는 사용료/멤버십에 대한 지출이 굳었다. 여러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봤지만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요금이 갑자기 오르기도 한다. (정말 가끔 양아치 같다... 다시는 보지 말자.)

 

 

 

 

요리하는 재미가 생겼다. 베이킹은 물론이고, 예전에도 자주 해 먹던 한국 요리들은 더더욱 자주 직접 만들어서 먹곤 한다.

1)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안전하다. (이제 집 밖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어!!) 피자처럼 직접 만들기 어려운 건 사 먹으면 되지! (사실 집에서 한 번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했다.)

2) 외식비가 확 줄었다!! 이제 식당에 가서 먹는 일이 꺼려질 정도다. 덩달아 팁으로 지출하는 돈까지 굳었으니 더더욱 실감 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자연스레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마도 학생이었던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던 시기는 없을 것이다.

아래 리스트에 나타나듯이 정말 장르나 작가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건 몽땅 읽는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소소하게 점수도 남겨보았다. (5점 만점)

* 참고로 가장 최근(9월 초부터 당장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에 읽은 책들만 적어보았다. 한 달 동안 15권 읽었으니까 이 정도면 책을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확실히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리디북스 셀렉트 짱!)

 

리디북스 셀렉트 짱! (평점은 지극히 주관적...)

 

살다 보니 뭐 이런 시기를 다 겪는지,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 19 이전의 일상은 (한동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게 확실해졌고,

재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렇게 블로그를 열고 일상을 남기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하는 것도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안전하게 하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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