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타임스퀘어에서 만난 케이팝(스타)

맨해튼라이언 2020. 10. 6. 12:30
SMALL

어쩌다가 미드타운까지 외출할 일이 생겨서 약속 장소까지 천천히 걸어갈 때,

또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둘 중에 한 번은 일부러 타임스퀘어를 가로지르곤 한다. 

유학이나 이민때문에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같은 여행지를 여러 번 다시 찾는 외국 여행객들에게는

그 지역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랜드마크가 있다고 한다. 

 

다만, 타임스퀘어는 절대로 뉴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다.

내가 최근에 타임스퀘어 가운데를 종종 가로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락다운 이후 요즘 맨해튼의 분위기가 어떤지 내 두 눈으로 자주 확인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뛰어난 시력을 통해 여러 번 확인한 결과,

뉴욕 맨해튼의 관광업계 수요는 다시 급속히 돌아오고 있다!

(현지인들이라면 대낮에 딱히 할 일도 없이 모여 광장에서 셀피를 찍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자필로 사인한 CD를 강매하는 스웨거들이나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탈을 쓰고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애원하는 수준의 안쓰러운

현지 "아티스트들"은 제외.

 

 

 

 

내가 타임스퀘어에서 말끔하게 빛나는 그 동양인 청년의 얼굴을 본 그 날은

정확히 8월 31일이었다.

브라이언트 파크 입구를 지나 타임스퀘어로 접어드는데

아주 멀리서부터 말끔하게 빛나는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www.youtube.com/watch?v=6u7Ls7vXBPI

 

방탄소년단, 또는 BTS.

아무리 케이팝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나는 거의 10년이 넘도록 뮤지컬 팬이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모든 쇼는 최소 내년 1월까지 공식적으로 폐쇄되었다...) 

결국 뼛속부터 한국사람인 나는 방탄소년단이라는 그 이름 자체는 당연히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화면 속 소년의 이름을 확인하려면 나는 조금 더 가까이 걸어가야 했다. 

무지하게도 나는 방탄소년단이 총 몇 명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것은 2020년 8월 31일의 상황이다. 상황은 곧 바뀌게 된다.)

 

 

그 소년의 이름은 "정국"이라고 한다. 바로 다음 날인 이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 팬들 연합모임(?)에서 바로 저 값비싼 자리에 광고를 띄운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중국 팬들이!!

나는 정말로 많이 놀랐고 솔직히 크게 감명받았다.

나는 처음으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스스로 찾아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약간 운명 같은 것일까.

마침 내가 이 큰 스크린을 보고 집에 온 날,

이 소년들의 새로운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빌보드 1위라니. 빌보드 싱글차트 1위라고??

애플뮤직에서 다이너마이트를 검색했다.

월드 스타답게 단어를 미처 다 타이핑하기 전부터 이미 떡하니 나온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신난다. 깔끔하다. 끝내준다. 빠져든다...

(바로 그때부터였을까요. 저도 모르게

"다이너마이트"를 매일 연속해서 10번 넘게 듣게 된 것이...)

 

 

음악을 귀로만 듣다가 뮤직비디오를 찾아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막상 검색 후 유튜브에서 처음 선택한 영상은

BTS Performs "Dynamite" / 2020 MTV VMAs라는 게시물이었다.

 

www.youtube.com/watch?v=zJCdkOpU90g

 

이 무대는,

오랜만에 느끼는 신세계였다.

라이브일까? 너무 잘하는데. 이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노래, 비주얼, 안무, 전체적인 퍼포먼스와 분위기까지 그냥 예술이고

내가 흔히 알던 아이돌 보이밴드와는 좀 다른 차원이다.

특히 원샷을 받으며 화려하게 무대를 시작하는

저 소년은 바로 타임스퀘어 그 큰 스크린에서 빛나던 

정국이라는 소년이 틀림없다! 정말 반가웠다.

(거의 유일하게 확실히 내가 이름을 아는 멤버였으니까.)

 

 

멤버들 각자의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던 며칠이 빠르게 지나가고

내가 만든 애플뮤직 음악 리스트는 실제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되었다. 

(리스트 제목은 예의상 "K-pop"이지만 그냥 대놓고 거의 몽땅 BTS 노래들이다.)

 

8월 31일 이후,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나의 애플뮤직 음악 청취 리스트!

 

한 달 동안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이전 노래들을 많이 찾아보았고

자연스레 각 멤버들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내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3명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지민, 뷔, 정국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모든 멤버들이 모든 파트에서 골고루 빛나는 게 진심으로 느껴진다.

(특히 뷔라는 멤버는 그 비주얼에 노래랑 춤까지 완벽하게 한다는 게 조금 믿기 어려웠다!!)

정말 보면 볼수록 모든 멤버들이 골고루 부러울 따름이다...

더욱 더 반가운 것은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The Ed Sullivan Theater 건물에도

우리의 방탄소년단이 이미 몇 년 전에 다녀갔다는 것이다! 

(건물 외관에서도 볼 수 있듯이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라는 토크쇼가 진행되는 곳이다.

방탄소년단이 바로 이곳에서 비틀즈를 오마주한 무대를 보여줬는데,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BTS 무대 영상 중 하나이다.)

 

방탄소년단이 친히 방문하신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건물!!

 

남들보다 많이 뒤늦게 그들의 진가를 알게 됐지만

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고

각 멤버들에게도 큰 호감이 생겼다.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고 1달이 지났는데,

유튜브는 아직도 매일 나에게 새로운 방탄소년단 영상을 자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유튜브. 제발, 나에게 알림 좀 그만 보내줘.

이미 다 본 거니까... 이제 내가 알아서 볼게.)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 후 5년째 맨해튼에 살고 있고

그 사이에도 타임스퀘어를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하지만 그동안 그곳에서 목격한 한국인, 그리고 대한민국과 관련된 이미지 중에서

방탄소년단은 단연코 가장 강렬하고도 세계적인 이름이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이 선포되고 락다운이 시작된 올해 초,

내가 더 일찍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었다면

조금은 덜 암울한 몇 달을 보내지 않았을까.

어쨌든, 방탄소년단 너무나 짱이고,

타임스퀘어가 아니더라도 방탄소년단을 자주 볼 것 같다...

 

 

Question:

Should I call myself a BTS army or is it too soon? Thoughts?? :-)

질문이 있어요:

저도 이미 "아미"인가요? 아직 이른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