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서울에 갔는데 숙소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본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말았다.
전원일기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최소한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까지는 모두 해당하겠다)의 뇌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민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화질도 낮고 세트도 엉성해보이는데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는 전원일기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바람에 한동안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신기한 건 본방송 당시 가족들과 TV 앞에 앉아서 봤던 에피소드나 세부사항들이 기억났다는 거다.
그렇게 오래된 내용들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니. 원래 예전에 듣거나 보던 음악이나 영화를 다시 접하면 그 당시에 본인이 뭘 했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고 그 익숙하고 편안함 때문에 평생 그 콘텐츠들과 함께 사는 느낌이라고 한다. 전원일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원일기에 나오는 양촌리 김회장댁, 그리고 이웃이었던 일용엄니네 복길이 캐릭터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 마음 구석에 그대로 살아있던 것 같다. 비록 시골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이 오래된 드라마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보면 지금 봐도 사람들과 이웃들간의 일어나는 보편적인 한국의 정서와 사건들을 자주 담아서인 것 같다.
최근에 다큐플렉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원일기의 주요 배우들이 등장해서 코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드라마 장면들을 보면 이 향수가 더 진해지고 어느새 콧등이 짠해질 때도 있다. 전원일기에 등장하는 분들은 초기 멤버들을 비롯해서 종영 때까지 꾸준히 등장했던 조연 배우들까지 정말로 양촌리에 인생의 한 부분을 두고 살아오고 계신 듯 했다. 방송 초기에 보여지는 배우들의 젊고 어린 모습들이 너무 낯설게만 느껴지는 장면도 있는데 저 분들의 배우인생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인지 더욱 더 잘 깨달을 수 있었던 장면이 수도 없이 많다.
화면 밖에서만 지켜보는 나도 이런 심정인데 본인들은 얼마나 더 애틋하고 기억에 남을지...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번 주까지 총 3회가 방송되었는데, 한 시간 남짓한 방송분량이 어찌나 야속한지 끝날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다.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릴지.
어렸을 때부터 보던 분들이 지금은 할아버지, 아저씨, 할머니, 아줌마가 되었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드라마와 함께 웃고 울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간 것을 보니 흘러가는 세월이 신기하고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배우들의 뒷이야기, 작가분들과 연출가들이 느끼는 배우들과 드라마에 대한 향수와 고마움들까지 더해져서 매주 꾸준히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있다. 다음 방송이 기다려지고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예전 에피스드까지 찾아서 보는 적극적인 애청자가 되었다.
오늘은 일용엄니인 김수미 배우가 처음으로 전원일기에 캐스팅 된 비화가 나왔고 이 배역으로 연기 대상까지 수상하는 모습이 나왔다. 일용엄니하면 그냥 친숙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가난한 환경이라는 설정까지 나와서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환갑 잔치를 해야 하는데 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김회장님댁의 도움으로 동네 모든 분들의 참여가 있었던 에피소드.)
지금까지 기존 초기 배우들의 회상과 추억이 주가 됐다면 이번 방송 말기에는 세대가 교체되면서 등장하는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오랜만에 한 장소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왔다. 아니, 저 배우도 전원일기에 나왔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모습도 보인다. 다음 주에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오랜만에 챙겨보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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