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뉴욕의 차이나타운.
여러 관공서가 많이 모여있어서 뉴욕 이민 초기에 자주 들르던 동네다.
영주권이 나온 후로는 사실 차이나타운에 올 일이 별로 없었는데, 며칠 전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러 갔다가
갑자기 소룡포(샤오롱바오/소롱포)가 생각나서 바로 찾게 된 가게.
소룡포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면 바로 이집이 정답이다.
그게 다 그거지 하면서 몇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그게 다 그게 아니었다.
여러 가게를 테스트 해 본 결과 절대로 이만한 집이 없다는 결론.
근데 이 동네 자체에 오랜만이기도 하고 올 때마다 어느 골목인지 헷갈리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열었다.
근데... 조 상하이를 검색했더니 내가 아는 골목이 아닌 큰길가를 보여준다. 음... 설마 오류가 있거나 지도가 잘못된걸까?
일단 지도가 보여주는대로 걸었더니, 아니!!!
여기는 우리가 아는 곳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가게잖아??
이름만 조 상하이이고 위치, 간판 모양, 심지어 가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곳이다.
사실 그동안 내가 아는 조 상하이를 떠올리면 맛있는 음식보다 더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살짝 너저분한 가게 안 분위기다.
지인에게 추천받고 처음으로 조 상하이에 가봤을 때 (2015년) 너무 당황스러웠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생각보다 가게 안팎이 너무 어수선하고(그렇다고 더럽거나 불쾌한 수준은 아님) 기다리는 줄은 길고
테이블은 꽉 찼고. 일단 이 정도면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맛집의 분위기는 맞다.
그런데, 처음에 우리 차례가 돼서 안내받은 자리로 갔더니 동그란 테이블에 무려 4-5명이 이미 앉아있는거다.
(...저기...누구세요??)
앉아있던 사람들도 살짝 당황한 분위기.
하지만 금방 깨달았다. '여기는 엄청나게 잘 나가는 맛집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합석이 기본이구나!'
민망함은 순간이고, 이런 것도 꽤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니까 뭘 먹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는데 (물론 소룡포는 기본으로 시킬테지만)
옆사람들이 먹고 있던 음식이 너무 괜찮아 보여서 물어보기도 하고, 음식이 나오는동안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대부분 관광객인데다가 소문을 듣고 처음으로 와본 사람들이니까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도 아니었다. 나중에 조 상하이에 갈 때는 모르는 사람들이랑 섞여서 앉는 게
아주 살짝 기다려지기도 하던 부분이 맞다.
아니 그런데!! 바로 이 날 간 곳은 일단 가게 밖에서부터 살짝 충격이었다.
금세 깨달은 것은, 아 이 집이 잘 돼서 새로 삐까뻔쩍한 새 건물로 이사를 갔구나. 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유명한 가게 이름을 도용할 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을테니까.
일단 줄이 전혀 없다는 게 굉장히 어색했지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침 5명 정도의 일행이
계산을 하려고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었다. 아 맞다! 여기 완전히 현금만 받는 곳이었지.
급히 우리 수중에 현금이 충분히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우리를 맞아주는 직원과 마주했다.
"HI, A table for two, please. By the way, this new place looks amazing. When did you guys even move?"
도대체 뉴욕 시민인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언제 이사를 간 건지, 궁금해서 보자마자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At the end of 2019!"
(2019년 말이라니!!)
아, 그렇구나. 내가 아주 살짝 뉴욕을 떠났을 시기다. 서울에 잠깐 가있는 동안에 이사를 간 거구나.
그제서야 다시 한 번 구글신의 위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글을 잠시 의심했는데, 역시 정확하구나...
심지어, 가게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2020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락다운이 시작됐을테니까...
실제로 새 가게에서 이렇게 인도어 다이닝이 돌아온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겠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가게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여기는 그 시끌벅적하고 뭔가 불친절한 맛집 특유의 분위기를 내뿜는
예전의 조 상하이가 아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과 가게 전체 인테리어, 그리고 입구를 지날 때 느껴졌던
럭셔리한 분위기의 조명. 훨씬 친절해보이는 직원들. 가게와 확실하게 분리된 화장실 등등, 이제 여기는 완전히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가게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닌 수준이었다.
게다가 안내받은 테이블은 아담하기는 했지만 깔끔하게 2인용 테이블이다.
우리 바로 옆자리도 2인용 테이블인데 좀 가깝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분리된 자리.
물론 더 많은 일행들이 따로 앉을 수 있는 동그란 테이블도 여전히 자리를 잡고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작은 테이블로 각자의 일행들만 앉을 수 있게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사실 옆자리가 너무 가까워서 눈인사를 하지 않고는 그 어색함을 못 버틸 정도의 거리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조 상하이에 오면서 따로 우리끼리만 분리된 자리에 앉은 호사를 누린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여기는 늘 소룡포를 먹으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주문하는 메뉴는 늘 헷갈린다.
일단 해산물이 들어있는 소룡포, 그리고 돼지고기로 만든 소룡포를 각각 1판 씩 시키고
면 종류는 처음으로 보는 납작한 면에 각종 해산물을 볶은 것으로 시켜보았다.
물론 설명이 꽤 자세히 되어있기는 하지만 사진은 전혀 없는데다가 재료 위주로만 적은 "외국 음식"이니까
실제로 음식이 나올 때까지는 어떤 비주얼일지 상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상상을 해도 대부분 좀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하고.
역시 이 날도 소룡포보다 먼저 면 요리가 나왔는데, 그냥 이건 볶음우동이 연상되는 면요리다.
통통한 면이 해산물과 어우러져 확실히 맛있어보이기는 했다. 잠깐 인증샷을 남기는 동안 소룡포가 도착했다.
위쪽이 해산물, 아래쪽이 돼지고기 소룡포라는 설명을 마치고 직원이 자리를 떠나자 온전히 소룡포 향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맛있는 육즙을 품은 복스러운 소룡포.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해산물의 담백한 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까지. 역시 이 맛이야! 역시 소룡포는 조 상하이가 정답이다!
가게 설명으로 잠시 돌아가자면, 이제 화장실은 아예 아래층에 자리 잡고 있고 외관이나 내부도 깔끔해서 그냥 서울의 보통 음식점 느낌이다.
다른 테이블들과의 사이는 좁지만 직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통로는 충분히 여유 있어 보이고.
우리 옆자리 두 여성분이 음식을 엄청나게 시켰는데, 다 먹지 못한 상태라서 직원이 박스에 넣어서 포장해줄지 묻는데 괜찮다고 한다.
계산서를 받아들고 살짝 헷갈려했는데, 팁이 포함된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우리도 오랜만이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제가부터 서비스 비용(팁)이 일정부분 포함된 가격인가보다.
맞다는 얘기에 잔돈이나 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온전히 챙겨서 깔끔하게 나가는 여성 두 분.
아무리 차이나타운이라지만, 팁을 주는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팁을 전혀 남기지 않는 모습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는 그래도 계산할 때 몇 달러 남겼다고!
오랜만에 간 조 상하이, 일단 찾아서 들어갈 때부터 살짝 반가움과 놀라움이 곁들여져서 더 맛있는 식사를 즐긴 건 확실하다.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 게 허용되는 한 자주 찾고싶은 새로운 조 상하이 정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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