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때문에 깨달았던 사실은 평소에 일상에서 즐기던 소소한 것들이 너무 그립다는 것이다.
공연장에서 멋진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가서 아름답고 재밌는 추억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한 부분이 한없이 그리웠다.
그 중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 중 하나는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 앉아있는 것.
집에도 맛있는 차와 커피는 넘치고, 쾌적하게만 꾸미고 청소를 하고
음악을 틀어놓는다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카페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요즘엔 유튜브나 애플뮤직만 봐도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음악 플레이스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느낌의 카페, 어떤 날씨에 찾는 어느 나라의 카페를 선호하는지 세부적인 느낌까지 선택할 수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늘 가던 카페나 음식점에 가지 않는 점 자체는 타격이 적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기적으로 꼭 가야한다거나 목숨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필수적인 일상의 한 부분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락다운이 길어지고 실내에서 취식을 금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문득 미친 듯이 그리운 것은 그리 큰 부분들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1시간 이상은 절대 못 앉아있던 곳인데...
바로 그 카페랑 음식점이 무척 그리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음식점이나 카페가 조금씩 영업을 다시 시작했는데,
한 번에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차원에서 일단 테이크아웃만 허락했다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미리 음식을 주문해놓고 편리하게 음식이나 음료를 픽업만 하는 기간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직원들과 소통도 늘어나고 드디어 다른 사람들과 인터액션을 주고받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아쉬운 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집이 아닌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잠시 앉아 음식이나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환경만 살짝 바꾼다면 오히려 집이 더욱 깔끔하고 편안한 공간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이 왜 그렇게 그리웠을까. 예쁜 가게에 가서 남을 의식해서 허세를 부린다거나 인증샷을 남기는 게 큰 목적인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혼자 살거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서로 돕고 부대끼면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처럼 집을 좋아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서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시간, 그리고 공간이 필요한 것.
이제 내가 사는 뉴욕은 성인들의 7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의 백신을 맞은 상태라고 한다.
어느 순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필수 의무사항이 아니라 옵션이 된 상태다.
이렇게 단계별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무척 반가웠지만 물론 바로 카페에 가서 앉아있기는 살짝 불안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는 사람이 드문 곳에서 마스크도 벗고, 드디어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음식만 픽업만 해오는 대신
그 자리에 앉아서 그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예전의 일상을 찾는 게 어찌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날씨가 무척 무더웠던 오늘도 나는 집앞 스타벅스에 가서 잠시 책도 읽고 블로그도 보고 맛있는 차도 한 잔 마셨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 나처럼 잠시 자리에 앉아서 할 일을 하는 사람들도 꽤 늘었다.
이 모든 게 백신 접종율이 늘어나서 가능한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도 불안해 하지 않고 그저 잠시 예전처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다시는 잃고 싶지 않는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동안 길을 다니면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아예 폐업을 한 것을 많이 지켜봤는데,
그중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스타벅스 지점들이 절반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잘 나가는 스타벅스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대로 사라지다니...
내가 뉴욕에 이사오자마자 편하고 익숙하게 갔던 스타벅스(또는 다른 음식점이나 카페들) 지점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니
한동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감사하게도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지점은 조금씩 영업시간을 늘려가더니 현재는
이전과 똑같이 밤 11시까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게 됐다. 만세!!
그동안 꼭 챙겨주지는 못했던 팁도 추가하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주변 상점들을 이용해야겠다.
판매하는 사람들이나 구입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 도울 수 밖에 없는 시기이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카페를 더 자주 찾을 것 같다. 오늘도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챙겨서 잠시 카페에 다녀왔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게 느껴져서 추워지자 마자 집으로 돌아왔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게 되다니. 코로나 때문에 또 한 번 살짝 더 철이 든 것도 같다.
잠시 문을 닫았던 상점들도 새로운 기회와 함께 우리 주변에서 다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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