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서 6년 동안 살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가 본 또 하나의 아기자기한 섬. Governor's Island.
얼마 전 기분 전환 겸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맨해튼 자체도 하나의 큰 섬이라지만,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고 조금만 가면 도착하는 주변의 섬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오늘 즉흥적으로 가 본 섬은 바로 Governor's Island.
맨해튼 다운타운까지 지하철을 타고 전용 페리가 출발하는 터미널에 도착!
어른 기준 $3(왕복)인 전용 페리를 타고 8분만 가면 도착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 더운데다가(섭씨 34도) 습도까지 높아서 외출이 꺼려지는 날씨였는데
일단 물가에 도착하니 벌써 마음이 가벼워지고 솔솔 시원한 바람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11시 20분에 출발했다가 2시 20분 돌아오는 티켓을 구입하고 페리에 탑승!
8분 거리가 얼마나 가깝냐면, 페리에 타고 그냥 저쪽을 바라보면 우리가 도착할 곳이 이미 보이는 수준.
여행은 떠나기 전에 더 설레는 거라고 하는데, 페리를 탈 때도 비슷한 마음이다.
물위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할 때가 땅을 밟고 걷기 시작할 때보다 조금 더 설레는 맘이다.
섬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나가게 되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들떠서 신나는 꼬마들을 보니 괜히 내가 뿌듯해진다.
섬에 내려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자유의 여신상을 지금보다 더 가까이 볼 수 있다고 귀뜸해줬더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엄마도 무척 기뻐한다.
뜨겁고 습도가 높아서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힌다.
얼른 시티바이크를 잡아서 타고 섬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섬 내에도 시티바이크 도킹 스테이션이 3곳은 되는 것 같다. 만세!!)
진짜 자전거 없이 도보로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날씨다.
날씨가 더워서 사실 물 2병을 준비해서 왔는데, 그렇게 빨리 소진될 줄은 몰랐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지도를 확인했는데도 막상 도착해서 구경하다보니 모든 게 새롭기만 하다.
향기 진하게 풍기는 라일락 꽃밭, 글램핑을 위한 용도로 완벽하게 꾸며진 캠핑장,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가볍게 소풍을 와서 쉴 수 있는 피크닉 포인트,
카약을 타거나 4-5인용 자전거나 이동용 차량으로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전용 도로 등등 여기 저기 사진으로 남길만한 곳이 정말 많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다가 생소한 곳이라서 여기야말로 사람이 별로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행복한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아. 그리고 날씨랑 음료수 얘기를 덧붙이자면...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앉아서 쉬던 빨간 나무 의자에서 물을 몽땅 마시고 말았다.
나중에 뭐라도 사마시면 되겠지! 하고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 가기는 했는데...
와. 여기 진짜 바가지 요금 장난 아니다. 커피 한 잔에 6달러..... 피냐 콜라다는 무려 18달러던가?
줄도 너무 길어서 바로 옆 간이카페로 향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는데,
실제로 줄을 서지 않은 이분 가족분들이 좀 많았나 보다.
이미 주문이 들어간 이 분의 아이들 아이스크림 3개, 어른들 음료 3컵을 준비하느라
줄서서 기다리는 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기는 아이스티가 5달러, 콜드브루도 5달러...
역시 비싼 가격이었지만 옆집에 비하면 그냥 장난 수준이다.
겨우 음료 두 잔을 들고 자리에 돌아와서 마셔봤는데! 맙소사!!
이렇게 깔끔하게 맛없는 아이스티는 정말 처음이다. 그냥 목 마르니까 마셔주는 수준으로 벌컥벌컥 해치웠다.
콜드부르는 살짝 나았는데, 이 정도면 그냥 캔으로 된 음료를 뽑아서 마셨어야 했다.
(실제로 나중에 콜라캔 한 개를 $2에 뽑아서 마셨다. 이게 최고로 맛있었다!!!)
돌아가는 페리를 타기 직전에 맛없고 비싼 음료를 마셔서
아, 여기가 아무리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여도 관광지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맨해튼 밖으로 여행을 못 간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렇게 조금만 벗어나도 새롭고 신기한 마음이 든다.
예전에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들. 오랜만에 낯선 곳을 체험하고 탐험하는 기분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 얼굴이랑 팔이 완전히 빨갛게 타서 살짝 따갑기까지 하지만 또 이렇게 예쁜 추억을 만들어서 뿌듯한 하루!
맨해튼으로 돌아오자마자 차를 타고 뉴저지 한인마트에 가서 사냥(식료품 쇼핑)을 했다.
살짝 지친 몸과 마음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서 더 행복한 하루였다.
그리고 조만간 이 섬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곳을 탐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 생각하고 계획했던 글램핑을 실행해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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