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 (부제: 뉴욕의 사기꾼들.)

맨해튼라이언 2021. 7. 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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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이라는 도시가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요즘 현지인들도 (적어도 나는...) 살짝 신이 났다. 

관광객이 넘칠 때는 정신이 없어서 피해 다니던 길이나 가게들도 너무 텅 비어있으니까 정말 힘이 빠지는거다. 

 

그 중에서도 브로드웨이랑 헬스키친(음식점 많이 모여있는 지역)은 완전히 유령도시가 되는 바람에 볼 때마다 맘이 아플 정도였다.

몇 달 전부터 타임스퀘어랑 브로드웨이 지역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뭔가 활기차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반가웠던 건 수많은 길거리의 아티스트들.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을 세우고 장난스러운 농담으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일정 구역 안에서 인형탈을 쓰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면서 팁을 받는 사람들.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는 네이키드 카우보이.

바디페인팅을 한 가슴을 다 내놓고 관광객들에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여자들...

심지어 (요즘은) 어마어마하게 큰 애완용 뱀을 데려다가 관광객들 목어 둘러주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 없는 타임스퀘어를 더욱 더 정신없게 만드는 사람들이지만 이들도 엄연히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를 활기차게 만드는 아티스트들이다.

이 사람들이 길에 보이면서 비로소 뉴욕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이들의 존재감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절대로 말을 섞거나 웬만하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바로 타임스퀘어의 콘아티스트들. 한마디로 사-기-꾼들이다. 

 

 

 

 

신나는 뉴욕 여행에 타임스퀘어를 둘러보는 일정이 절대 빠질 수 없을테니, 

나중에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 이 부분은 미리 반드시 알아두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리면 한국-뉴욕 여행도 다시 가능하겠지!)

 

1) 친필싸인이 된 믹스음악 씨디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흑인 무리들...

이들은 정말 거침이 없다. 떼를 지어 모자와 선글라스를 씨고 당신의 앞길을 막아서면서

아무한테나 브로~ 하면서 달려들어서 씨디를 내민다. 

공짜로 주겠다면서. 근데 정말 이게 공짜일까? 공짜라고 한들 사람들이 굳이 그걸 갖고 싶을까?

아니, 도대체 당신들 누구냐고. ㅋㅋㅋㅋ 받을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을 좀...

(그런데 사실 외국에 여행와서 길 가다가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한테 겁을 먹기도 하고, 그냥 친절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말을 섞다보면 어느새 씨디가 당신의 두 손에 들려있기도 하고 무료라던 씨디를 돈을 주고 사기도 한다. 정말 조심하자!!)

 

2) 약간 소심하게 생긴 동양인 승려들...

이들은 1번 사기꾼들에 비하면 굉장히 소극적이고 자신도 없어보인다.

대부분 승려복을 입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은 캐주얼하게 그냥 보통 복장이기도 하다.

(승려로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는 게으른 사기꾼들...)

이들은 합장을 하면서 다가와서 자신이 만든 팔찌나 부적을 내민다. 

당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기도해주겠다면서.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방금 길에서 처음 본 사이인데 도대체 누구길래 기도를... ㅋㅋㅋㅋ

이들은 소극적인 자세와 함께 평안한 미소를 보이며 돈을 요구한다. 진짜 은근히 소름 끼치는 미소...

이들은 비교적 피하기는 쉽다. 소극적인 자세와 함께 포기도 금방하는 사기꾼들이니까!!!

 

 

3) 비오는 날 특히 성행하는 안경 낀 사기꾼... 반드시 주의할 것!!

1, 2번은 정말 눈에 많이 보이는 반면 이 3)번 사기꾼은 엄청 애매하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바쁘게 다니다보면 사람들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시야가 가려져서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물건을 떨어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적는 부류는 바로 이런 특수한 상황을 노리는 사기꾼들이다!!!

(적다보니 1, 2번에 비해서 상당히 지능범이다!!)

 

- 이건 역시 나의 실제 경험을 통한 일화를 소개하는 게 좋겠다. -

맨날 봐도 반가운 타임스퀘어를 걷던 중, 비가 와서 미리 준비한 우산을 꺼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열심히 걷는 중에 누가 따라와서 어깨를 툭툭 친다. 

 

"미안하지만 좀 전에 저랑 부딪치는 바람에 제 안경이 떨어졌거든요. 

떨어져서 렌즈가 깨졌어요. 저랑 지금 수리점에 가든지 저한테 돈을 줘야할 것 같아요."

 

 

아 진짜????????????!!!!!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나같은 외국인이 현지인한테 너무 몹쓸짓을 했네.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는 개뿔... 이 사람 나보다 덩치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나랑 좀 스친 걸로 타격을 입을 상황이 전혀 아니잖아. 

심지어 나는 우산 쓰고 걸으면서도 누구랑 스친 적도 없어 아주 깔끔하게 여기까지 걸었는데????

근데 워낙 갑작스러운 대화의 시작인데다가 사기꾼이라고 하기엔 제법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긴 한데...

암튼 앞뒤가 안 맞고 뭔가 쎄한 느낌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투도 자신이 없어보이는 게 이건 뭔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저는 어디에 부딪힌 적이 없는데요, 미안하지만 바빠서요!" 하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는데

아니, 이 놈이 슬며시 쫓아오면서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그 때 바로 느낀 것이다. 아, 이 놈 사기꾼인데 살짝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초보구나. 

그리고 나서 그냥 재빨리 저 놈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게 가장 현명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아, 근데!!

이게 너무 애매한거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불과 몇 분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좀 전에 엄청난 무례를 범한 건 아닐까???

진짜로 나도 모르게 저 사람 안경을 깨뜨렸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도망친 건 아닐까????

저 사람 지금 눈도 잘 안 보이는데 어디 앉아서 울고 있는 거 아닐까????

 

등등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정말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걸어가던 타임스퀘어를 지나 비오는 센트럴파크를 걷고 

다시 타임스퀘어에 들어섰을 때 나의 그 찜찜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 근데...

블로그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쓰다 보니 이건 정말 너무 길다. 나머지 이야기는 좀 이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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