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분야에서 가끔은 "제목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 책, 영화, 뮤지컬 등등 각각의 장르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게 제목이고 이 제목에서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호감이 가지 않으면 아예 시작(감상)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제목만 보고도 책을 펴거나 선택하고 싶지 않을 때 제목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라는 말도 쓴다.
몇 년 전에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은 부류의 책같은 분위기의 제목에 거부감이 살짝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니. '이 세상에서 뚝 떨어진 섬처럼 혼자 맘 편히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일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야 하는 거잖아. 이거 또 뜬구름이나 잡는 원론적인 얘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아예 책을 펼쳐보고 싶지도 않았다.

몇 년이 지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개정판"을 접하게 됐고 우연히 생생한 리뷰들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이든 영화든 읽고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이 준비되고 타이밍이 맞아야 인연이 닿는 게 아닐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제목이 묘하게 내 마음과 손길을 끌어당겼다.
책을 펼치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이 책은 지금의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나를 향해 개인적으로 말을 거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몸도 맘도 너무 지치고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이었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거나 변명의 말을 대신 해주려나 하는 기대를 갖고 펼칠 수 밖에 없던 책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는 것은 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다. 정말 농땡이라도 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나 주장하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에서 알게 모르게 강요 당하는 것들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라는 말이다.
책을 읽다가 나이도, 성별도, 심지어 세대도 다른 작가가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약 2년 전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면서 느꼈던 순간처럼 책을 통해 작가와 유대하는 순간을 느꼈다. 책의 처음 절반을 읽을 때는 마치 내 일기를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자꾸 흘렀다. 너무 감성적인 상태로 읽어서였나. 나머지 절반을 읽을 때는 좀 더 친해진 사람과 대화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아껴서 읽게 됐다.
문득 지치고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책이라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가끔 꺼내서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작가분이나 다른 분들의 말처럼 제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이지만, 정작 책을 읽고 나니 내 나름대로 다시 힘을 내서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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